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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6월 경기일보 보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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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740회   작성일 : 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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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 ‘서류’ 있어야 자식... 위탁부모들의 설움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위탁부모 증명서. 가까운 곳을 외출할 때, 해외 여행을 갈 때, 병원에 진료를 받을 때 권(64)·김숙(59)씨 가족이 챙겨야 할 것들이다. 언제, 어디에서 위탁부모라는 것을 ‘증명’해 달라고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군포에 사는 이들 부부는 지난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태진이(7·가명)와 해진이(4·가명)를 위탁해 키우고 있다. 베이비 박스에 남겨진 태진이와 친부모에게 방임 학대된 해진이를 시설에 남겨두는 것이 눈에 밟혀 품으로 데리고 왔다.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지만 위탁부모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먼 훗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만들려 했던 통장과 계좌는 개설할 수 없고, 해외에 여행을 갈 때도 일회용 여권을 발급할 수밖에 없다. 김숙씨는 “어디를 가든 많은 서류로 끊임 없이 내가 아이들의 위탁부모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늘 서류를 내밀 때 마다 아이들에게 ‘남’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 같아 마음에 상처가 되진 않을까 속상하고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 어려움은 더욱 컸다. 지난 2월 어린이집에서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있던 해진이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김씨는 아이에게 해열제 한 번 먹일 수 없었다. “친부모가 아니기에 병원 규칙에 따라 처방을 할 수 없다”고 병원에서 말했기 때문이다.


김숙씨는 “아이의 보호자가 나인데 위급한 상황에서 조차 서류로 위탁 부모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원망스러웠다”며 “위탁 부모라고 서류로 증명하는 것이 정말 위탁 아동을 보호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털어놨다.


가정위탁 가족이 위탁아동의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위탁 부모’라는 법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가정위탁은 친부모의 사망, 질병, 학대, 수감 등으로 아동이 친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없을 때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아동복지서비스다. 일정기간 보호를 마친 후 친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자립할 때 까지 위탁가정에서 지내기도 한다.


현재 위탁부모들은 법정 대리인이 아닌 ‘동거인’으로 분류된다. 법정 대리인인 ‘후견인’ 제도가 있지만 인정받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며 위탁아동의 친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쉽지 않다.


성남에서 여덟 살 윤수(가명)을 위탁 중인 박영진씨(45)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박씨는 지난 2017년 아동보호시설에서 자신을 잘 따르던 윤수와 떨어질 수 없어 가족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제약은 늘 뒤따랐다. 아이의 수술을 위한 의사 소견서를 받을 수도 없었다. 박씨는 “아이가 병원에 꾸준히 가야하지만 친 부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견서를 받을 수 없었다”며 “위탁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탁가정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위탁 부모의 설움 : “위탁 아동 행복한 삶 위해... 후견인 제도 개선 시급”


가정위탁제도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도록 지난 2003년 국내에 도입됐다.


22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남·북부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도내 가정위탁 가구는 올해 4월 기준 1천399가구로 위탁아동은 1천704명이다. 최근 5년 가정위탁 현황을 보면 2017년 1천734가구·2천161명, 2018년 1천642가구·2천31명, 2019년 1천557가구·1천928명, 2020년 1천474가구·1천833명, 2021년 1천459가구·1천787명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지난 2020년부터 가정위탁이 다소 감소했지만 도내 가정위탁 수는 해마다 1천가구를 웃돌고 있다.


위탁 아동이 위탁 가정에 보내지는 경우는 다양하다. 친부모의 학대나 가난, 이혼, 사망 등 다양한 사정으로 보호가 필요한 경우 일반 가정에서 지내게 된다. 특히,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불안함 등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같은 가정위탁 보호대상에게 △국민기초수급세대책정 △아동용품구입비 50만원(1회) △양육보조금 40만원(월) △상해보험 △심리치료비지원 △소년소녀가정 등 전세 주택지원 등의 지원을 한다.


정부는 보호대상 아동 중 현재 25% 수준인 가정위탁 보호율을 오는 2024년까지 37%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호 아동이 시설에서 성장하기 보다는 일반 가정에서 건강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가정위탁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다.


위탁부모들은 기본적인 지원 외에 계좌 개설 및 휴대전화 개통, 수술, 입원 등 상황에 따라 위탁부모에게 후견인의 권한을 부여해 아동들에게 보다 나은 생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남부가정위탁 관계자는 “사실상 가정위탁 부모들은 법정 후견인으로 인정되지 않아 아동들에게 기본적인 지원이나 보호를 해줄 수 없어 오래전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위탁가정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현실적인 상황에 맞는 제도와 가정위탁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담은 제도 개선을 통해 위탁아동이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20622580288